Billie Jean / Michael jackson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은 끝났지만 추모의 물결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말년에는 그의 음악보다 성형수술에 더 큰 관심이 모이곤 했지만,
그의 주옥 같은 히트곡들은 다시 들어 봐도 명불허전이다. 가창력은 물론이요,
그의 춤과 노래 모두에서 발견되는 타고난 리듬감은 그가 나와 마찬가지로
지구인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가 ‘유명한 가수’에서 ‘전설의 가수’로 거듭나게 된 것은 198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앨범 ‘스릴러’를 발표하고 수록곡들이 연달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던 어느 날,
그는 ‘모타운 음반사 설립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빌리 진(Billie Jean)’에 맞춰 ‘문워크’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앞으로 가는 듯 뒤로 걷는 동작이 마치 달 표면을 걷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 춤은 이후 그의 전매특허가 됐다.
그의 공연 동영상은 한국에까지 전해져 왔고 당시 초등학생들이
그를 따라 한답시고 아무 데서나 뒤로 걷다 자빠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곤 했다.
‘빌리 진’은 노래도 훌륭하지만 문워크 때문에 그의 공연에서는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어린 시절 들리는 대로 아무렇게나 받아 적은 가사를 따라 불렀던
‘빌리 진’의 내용이 궁금해 문득 해석해 보니 어린이가 부르기에는 대단히 부적절하다.
노래 속 주인공 남성에게 어느 날 빌리 진이라는 여인이 아이 한 명을 데리고 나타나
그가 아이의 아빠라고 주장한다. 남자는 모든 것이 빌리 진의 음모라며 한사코 부인한다.
하지만 법원마저 빌리 진의 손을 들어 주니 남자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
게다가 아이의 눈매가 어쩐지 남자와 닮은 듯하니, 오 노! 뭐 이런 내용이다.
대중가요가 꼭 사랑 타령에 국한될 필요는 없지만 하고많은 소재 중에 하필이면
한 미혼모의 친자확인 사건을 택했는지 참 희한할 따름. 사실 이 노래는 실화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한다.
당시 잭슨의 열혈 팬인 테레사 곤살베스라는 여인이 팬레터로
보내온 사연에서 모티브를 따 ‘빌리 진’을 만들었다는 것.
‘빌리 진’ 외에도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살펴보면 의외로 음산하고 음울한 내용의 가사가 많다.
“깡패 무리가 나타나거든 무조건 도망쳐.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중요치 않아”(‘Beat it’),
“너를 공격해 올 괴물로부터 아무도 널 구해 주지 않아”(‘Thriller’), “그 여자는 정말 위험해.
내 돈을 가져가고 내 시간을 빼앗아 갔지”(‘Dangerous’) 등이 그러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아버지로부터 학대받은 어린 시절에 대한 분노가 투사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는 2003년 방영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아버지를 닮은 얼굴이 싫어 성형수술에 집착했다”
고 고백할 만큼 아버지를 미워했다.
그러고 보면 ‘You are not alone’이나 ‘Heal the world’와 같이 지극히 이상적이고
평화적인 가사의 노래 역시 빼앗긴 유년기에 대한 자기 연민의 투영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이 짠하다.
부디 미움 없는 세상에서 영면하길 바란다.
< 김수경의 시시콜콜 미국문화 >